“北인권 실상 너무 잔혹… 표현 수위 낮추기 어려웠다”

포인트뉴스 편집 | 발행: 2022년 07월 01일
[포인트뉴스] =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 ‘리멤버 미’를 만든 시미즈 한 에이지(52) 재일 교포 감독은 작품 연출 동기를 묻자 10여 년 전 기억부터 꺼냈다. 그는 영상 인터뷰에서 “인간의 행복과 권리에 대한 관심 때문에 세계 각국의 인권 침해 사례를 찾아보았지만, 북한 정치범 수용소야말로 21세기 최악의 인권 탄압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답했다. 29일 국내 개봉을 앞둔 이 작품의 영어 원제는 ‘트루 노스(True North)’. 진정한 북한의 민낯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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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계(父系)로는 재일 교포 2세, 모계로는 4세에 해당한다. 그래서 일본의 성(姓) ‘시미즈’와 한국의 성인 ‘한’을 함께 쓴다. 북 인권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시기를 묻자 “10여 년 전이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태어난 직후인 반세기 전이기도 하다”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했다.

다큐멘터리·만화 제작자였던 그는 2010년부터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를 통해서 탈북자 40여 명과 인터뷰한 뒤 애니메이션 작업을 결심했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접했던 북한의 현실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끔찍하고 잔인했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도 성폭행과 고문, 강제 노동의 묘사 수위를 낮추는 것이 고민거리였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의 대사도 영어를 택했다. 그는 “한국어나 일본어를 먼저 고민했지만, 이 문제를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일(韓日) 양국보다는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이 애니메이션의 배경. 극심한 경제·식량난으로 수십만~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이 시기에 아사(餓死)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은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의 선전에 속아넘어가 북한행을 택했지만 결국 강제 수용소로 끌려갔던 재일교포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1950~1980년대 재일교포 가족 9만여 명이 북송(北送)됐지만, 그 뒤에 적지 않은 사람이 숙청되거나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 중에는 북송을 택했던 경우가 없다. 하지만 그는 “어릴 적 장난꾸러기였던 내가 말썽을 피울 적마다 외조부모님께 ‘그러다 북한의 산에 끌려간다’고 호되게 야단맞았다. 그 말씀이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애미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은 그는 당초 미 정보통신(IT) 회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일본 채용 정보 업체 리크루트 등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는 “고액 연봉에도 불구하고 공허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사표를 내고 인간 행복의 조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2년 반 동안 세계 16국을 답사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다큐 ‘행복(Happy)’을 만든 뒤 일본에서 달라이 라마, 테레사 수녀, 간디, 체 게바라의 전기를 만화화하는 출판 기획 작업을 맡았다. 이 만화 시리즈가 세계 30국에 수출될 만큼 인기를 누리자 그는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

그는 첫 결과물인 ‘리멤버 미’로 2020년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다음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환경과 지구온난화 문제. 그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작품보다는 언제나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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